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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별하지 않는다 - 한강 장편소설

by ojakaya 2025. 4. 15.

한강 작가 책은 힘들다.
내용도 힘들지만 전개 속도도 따라가기 힘들다.
특히 이번 작품은 제주도의 눈 내리는 풍경이 배경이 되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.

한강 작가의 가장 최신작 <작별하지 않는다. 2021>을 읽었다.
책을 편 지는 두 달이 넘은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다 읽었다.
책이 안 읽혀 중간중간 단편을 읽고, 시집을 읽고, 다른 책을 읽다가 돌아왔다.

작가는 이 소설의 두 줄을 써 놓고
4년 후에 다시 쓰기 시작해 다시 3년이 걸려 책을 썼다고 한다.
집필하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.. 단숨에 읽어 내리는 것도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기도 하다.(농담)

<작별하지 않는다>는 제주 4.3 사건을 다룬다.
화자 ‘경하’는 제주 태생 친구 ‘인선’을 통해 제주 4.3 사건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 들려준다. 역사적인 사건이라 담론이 클 줄 알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이다. 심지어 책의 중반까지도 ‘이 책 제주 4.3 사건 이야기 맞나?’하고 다시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.

<제주 4.3 사건>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8년간 제주도에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아래서 제주도 시민 10%(약 3만 명)가 학살된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다.

소설에서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은 거의 배제하고 친구 인선의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.
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제주 4.3 사건을 어릴 때 겪고 본인의 부모를 포함 가족들이 모두 학살당한다. 남로당 무장대와 경찰, 군인들이 마을마다 불을 지르고 마을 사람들을 토벌했던 관경을 눈에 그리듯이 보여준다. 특히 제주도 방언을 그대로 쓴 부분이 많아 사실적인 현장감을 더 해 준다. 그런 면에서 소설이라기보다 고증에 가깝다.

소설이 아니라 사실이어서 읽기 힘들다. 여운도 길게 오래 남는다.
왜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지,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받았는지 알 것 같다.

<작별하지 않는다>를 쓰고 작가는 아래 두 문장에 대해서 줄곧 생각했다고 한다.

‘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?
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?’

하얀 설원, 그 아래 여전히 묻혀 있는 유골
파란 바다와 해변에서 총살당한 사람들
어둠과 촛불…

세상은 어떻게 이리도 아름답고 또 폭력적인가.

이다음 소설은 <여수의 사랑>을 읽어야겠다. 제주 4·3 사건 진압 명령에 반대한 군인들에 대한 진압 사건.. 역사적으로도 이어진다.

그러고 보니 1948년 여수·순천 사건 때 대한민국 최초 계엄이 있었는데
76년이 지난 2024년에 <12.3 비상계엄>이 선포되었다.

한강 작가의 말대로 ‘과거는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하고 있다.’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.

계엄이 성공했다면 지금 이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소설처럼 죽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가고 있을까…?

 

 

작별하지 않는다@2021 by 한강